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아침이었다. 적당하다는 건 내 몸이 견딜만 하다는 것이지, 절대적인 수치로 판단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. 적당히 바람이 불었고, 적당히 기온은 높았고, 그러므로 상당히 유쾌한 마음으로 아침 버스를 기다릴 만했다. 내가 사는 집 근처엔 2층 이상의 건물이 없을 뿐더러 아무런 건물도 세워지지 않은 너른 공터가 있는 까닭에 버스가 모퉁이를 돌아오는 게 한눈에 보인다. 버스가 시간에 맞춰 모퉁이를 돌다가 멈춰버렸다. 무슨 일인가 싶어 그쪽을 보니, 캐나다 거위 두 마리가 이차선 도로를 건너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차에 놀라서 다시 버스가 달리는 차선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었다. 거위가 갈피를 잃고 양쪽 차선을 헤맨 까닭에 결국 양쪽 차선의 차가 다 멈춰버렸다. 그리고 그 두 마리는 다시 원래 가려던 방향으로 서두르지도 않고, 저들이 늘 가던 속도대로 걸어갔다. 차들은 거위가 안전하게 길을 건널 때까지 얌전하게 기다려줬다. 내가 사는 동네의 속도란 게 무엇인지, 그리고 지난 삼 년 사이 내가 아끼게 된 풍경이 무엇인지 한눈에 보여주는 풍경이었다. 길다랗게 자란 풀이 흔들리는 모습과 그 너머로 보이던 2차선 도로, 그 길을 건너던 거위 두 마리. 내 마음에 잘 찍어두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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